교차/시선 전시 리뷰

고충환

2014


기괴한 숲과 매혹적인 리얼리티. 헨젤과 그레텔 이후 숲은 동화와 악몽이 그 경계를 허무는 비의의원형이며 자궁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독일에서 숲은 그 이면에 휴식의 계기(부드러운 바람)와 죽음의 손짓(바람에 흔들리는 나뭇가지)으로 나타난 양가성을 함축하고 있다. 작가는 숲속으로 걸어 들어가 숲이 열어 보이는 비전에 사로잡힌다. 여기서 숲은 작가의 무의식인 것이고, 이로써 숲의 순례자는 곧 자신의 순례자(자기 내면으로 여행을 떠나는)이며 무의식의 순례자가 된다.

그리고 그렇게 무의식의 층위로부터 찾아낸 추억과 상처의 편린들을 무슨 퍼즐조각이나 되는 것처럼 채집하고 짜 맞춘다. 그렇게 짜 맞춘 현실은 외적으로 보기에 판타지를 불러일으키지만, 설핏 죽음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현실로부터 도피하고 싶은 욕망이, 그래서 존재의 원형과 맞닥트리고 싶은 욕망이 작가를 숲으로 인도한 것이며, 여기서 숲은 보상과 처벌을 수행한다.

판타지를 내어주면서, 동시에 죽음충동으로 사로잡는 것. 죽음충동이란 숲의 재생능력을 의미하며, 휴식과 위안의 계기이면서 동시에 실재계의 예기치 못한 출현일 수 있다. 그렇게 작가의 그림은 동화와 컬트, 꿈과 악몽, 휴식(아님 삶?)과 죽음, 의식과 무의식, 현실과 비현실이 그 경계를 허무는 숲, 존재를 정화하고 갱신하고 재생하는 숲을 그려놓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