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oment Your Smile Fades Away   개인전 서문

장예지

2019년 6월


이채은은 다양한 이미지를 커다란 화면에 싣고 이를 연결하고 재배치하며 병치, 전복시킨다. 작가가 포착하여 화면에 옮기는 장면들은 평소에 도처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이미지거나 뉴스를 통해 마주하는 사건, 미술사 서적, 영화 등의 매체에서 한 번쯤은 접해본 이미지들이다.  

갤러리밈에서의 개인전 《히든 플롯 Hidden Plot》(2019)에서 작가는 전시 공간을 암실로 구성하고 키네틱 조명을 설치하여 작품의 부분만을 빛으로 비추었다. 이미지의 과잉이라 할만한 시대를 살면서 우리는 이미지를 시시각각 지각하지만 쉽게 오독하기도 한다. 화면의 일부를 은폐하여 이미지의 알레고리를 의도적으로 보이게(가리게) 했던 일종의 실험을 통해 사회의 다양한 단면으로 기능하는 이미지와 우리가 이를 인식하는 방식, 그리고 이를 다시 재가공하는 방식 등 이미지 주변에서 발생하는 여러 역학관계에 대해서 감지할 수 있게 하였다.  

이러한 이미지에 대한 작가의 근본적인 ‘의심’은 그의 작업 전반에 깔려있다. <트위스터 Twister I II III>(2017) 시리즈는 우리에게 익숙한 영화나 명화의 내용을 오마주 하거나, 대중문화에서 흔히 통용되는 시각적 알레고리를 패러디한 이미지들로 화면을 채운 세 폭의 작품이다. 말 그대로 ‘Twisted(뒤틀리고 왜곡)’된 수많은 인물과 사건 그리고 어떤 위계나 순서 없이 뒤섞인 이미지들을 보고 있자면 어떤 것이 실재했던 사건을 다루었고 어떤 것이 그저 일회적으로 소비되는 이미지인지, 이미지가 갖고 있던 본래 맥락을 파악하기란 쉽지 않다.  

신작 중 하나인 <거울 속의 거울 Spiegel Im Spiegel>(2019)은 미카엘 엔데(Michael Ende)의 단편집 ‘거울 속의 거울 Spiegel Im Spiegel’의 제목을 차용했다. 미카엘 엔데의 초현실주의 단편 소설은 서로 연계되지 않는 듯 각각이 독립적으로 보이지만 읽는 이에 따라 그 단편 조각들을 다양한 방식으로 연결하여 맥락화 할 수 있다. 거울 속의 거울을 통해 어떠한 피사체(이미지)를 주시할 때 거울 속의 이미지가 피사체의 형상을 명확하게 반영하고 있는 것인지 의심하게 된다. 이채은의 작품 <거울 속의 거울 Spiegel Im Speigel>에서도 각각의 이미지는 독립된 것이자 다양한 경우의 수로 엮일 수 있다. 마찬가지로, 작품의 왼편에 있는 ‘의심하는 도마’ 도상을 통해 이미지에 대해 끝없이 의심하는 태도가 반영된다. 흔히 종교화에서 성스러운 인물에게 표현하는 후광(Halo)을 도마에게 부여하여 의심하는 주체로서의 도마를 부각한다. 본래의 맥락에서 이탈한 이미지들은 기존의 알레고리에서 벗어나 화면 안에서 새로운 알레고리를 입는다.  

이채은의 최근작들은 현대사회의 이데올로기를 비추는 이미지들이 더욱 직접적으로 표현되었다. 도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이나 뉴스에서 접할 수 있는 사건 사고, 그리고 SNS 를 통해 단발적인 유희로 소비될법한 이미지가 한 데 구성된다. 다채로운 색감으로 꽉 찬 많은 인물들과 이야깃거리가 가득 담긴 큰 화면 앞에 처음 선다면 누군가는 엷은 미소를 띠게 될 것이다. 하지만 작가가 구현한 화면 안의 다양한 사건/이미지를 분해하고 중첩된 레이어를 걷어낼수록 그 기저에 깔린 불신과 불안의 정서와 마주하게 된다. 이는 마치 거울 속 거울에 맺히는 가짜 이미지들을 볼 때 유발되는 불안함처럼 우리가 지각하는 이미지와 그것의 지시체 사이의 괴리, 실제로 지각하고 있는 것들을 완전히 신뢰할 수 없음에서 기인하는 감정에 가깝다.